<참여와혁신> 노동의 곁에 선 문인들 ··· ‘노동문학관’ 정식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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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한님 기자
- 승인 2020.08.15 05:16
- 수정 2020.08.16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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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훈 노동문학관 초대이사장 인터뷰
국내 최초 노동문학관이 충남 홍성군 광천읍에 공식적으로 개관했다. 그동안의 노동문학을 다시금 조명하고, 앞으로의 민중예술에도 나아갈 길을 제시하기 위해서다. 노동문학관은 2019년 10월 건립위원회를 조직해 2020년 8월 15일 문을 열었다. 한국의 노동문학은 여러 예술인들을 통해 꾸준히 다뤄진 바 있다. 정세훈 노동문학관 초대이사장은 노동문학에 대해 “자본주의의 세계지배로 인한 개인주의, 물질주의, 상대적 빈곤, 환경오염, 실업, 소외, 다원화, 정보화 등이 뒤섞여 한층 복잡하게 타락한 사회를 선도해야 하는 책무를 지게 됐다”고 말했다. 노동문학관의 초대 이사장이자, 건립위원장인 정세훈 시인과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정세훈 노동문학관 초대이사장 ⓒ 노동문학관-노동문학관이 개관했습니다.
꿈만 같습니다. 저는 물론 주변에서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이었습니다. 우선 재정문제가 있었습니다. 삶의 동지(아내)에게 건립 뜻을 밝히고 자금협조를 요청했는데 기꺼이 자신 명의 아파트 담보 등으로 1억 1천만 원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여기에 경기도문화재단에서 우수작가로 선정되어 받은 지원상금 등 1억 2천만 원이라는 아주 적은 자금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럼에도 개관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펀딩 참여 등으로 후원해주신 4백 명에 가까운 분들의 공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미국 등 국내외 각계 지인들의 지원 공로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분들의 깊은 뜻과 공로를 기리기 위해 문학관 현관에 <후원위원>이란 이름으로 모두 성함을 새겨 영구보존하고 있습니다.
-어떤 노동문학관을 만들고 싶으셨습니까?
안타깝게도 일제 강점시기 카프(KAPF)와 전태일 열사 분신 이후 노동문학과 관련된 소중한 자료들이 손실되고 있습니다. 그 자료들이 더 이상 흩어져 손실되어선 안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자료들을 한 곳으로 모아 잘 보관해야겠다는 다짐이었습니다. 더 나아가 노동문학을 조명하고, 노동문학이 향후 유구토록 우리 한국사회의 올바른 길잡이가 되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이를 위해 2019년 10월 초 건립을 위한 건립위원회를 조직했습니다. 문단 원로를 비롯해 선후배들은 물론 예술계와 종교계, 주변 지인들께 취지와 목적을 설명하고 동참을 호소했던 기억이 납니다. 건립위원회엔 원로 문인 구중서 평론가, 민 영 시인, 신경림 시인, 염무웅 평론가, 현기영 소설가 등이 상임고문으로, 맹문재 시인, 박일환 시인, 배인석 화가, 서정홍 시인, 임성용 시인, 조기조 시인, 조성웅 시인 등이 기획위원으로 참여하는 등 1백여 명이 동참했습니다.
카프(KAPF)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동맹’으로 불린다. 사회주의 혁명을 위한 문학가들의 실천단체로 1925년에 결성됐다. ‘Korea Artista Proleta Federatio’의 머리글자를 딴 약칭이다.
-왜 홍성에 노동문학관을 세우게 되셨습니까?
오래전부터 노동문학관을 건립해야겠다는 소망을 가졌습니다. 노동문학을 해온 제가 사명을 갖고 반드시 이루어야 할 사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넉넉하지 않은 자금으로 건립했기에 문학관 공간이 무척 협소하고 부족합니다. 그렇지만 향후 형편과 여건이 되는대로 점차 넓히며 채워나갈 것입니다. 부족한 자금으로 추진하다 보니 부지 매입비가 저렴한 고향 홍성에 건립하게 됐습니다. 향후 만약 뜻있는 지자체 또는 관련 단체들이 제대로 된 자금으로 구로동, 부평, 울산 등으로 이전하고자 하면 기꺼이 모두 다 내줄 것입니다.
향후엔 관련 지자체 등과 협의해 노동문학관 주변 인근에 시비동산과 조각공원 등을 조성해 전국에서 많은 관람객들이 찾아오는 예술명소로 만들 방침입니다. 매년 노동예술제를 비롯해 세미나, 기획전시 등 다양한 행사를 개최해 노동문학과 노동예술의 성지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해외 노동문학가, 노동예술가들과 교류하면서 세계 노동문학예술의 메카로 만들 계획입니다. 따라서 이를 감안해 주변에 주택이 없는 곳을 택했습니다.
-이사장님에게 노동문학이란 무엇입니까?
저는 중학교 졸업 후 바로 공장소년노동자로 노동했기에 노동문학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한국사회에 산업화 바람이 막 불기 시작한 1972년입니다. 핍진하고 소외되고 인간답지 못한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였습니다.
전통적 농경사회였던 한국 사회는 1960년대 말 전국에 공단이 조성되며 산업화가 시작 되었습니다. 이후 산업화의 주역인 노동자들은 한국경제를 현재의 4차 산업으로 이끌어 왔습니다. 그럼에도 불합리한 온갖 차별과 억압으로 고통받은 바 있습니다. 노동문학 진영의 문인들은 노동자들의 노동과 삶이 내포하고 있는 바람직한 가치를 문학적으로 꾸준히 형상화 해왔습니다. 이를 통해 열악한 노동현장의 문제점과 노동자들의 피폐한 삶, 자본주의의 각종 병폐들을 비판·지적하고 함께 투쟁했습니다. 아울러 노동운동과 사회운동의 선봉 역할로 한국 사회 발전을 이끌어 왔습니다. 이렇듯, 노동문학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한국 사회에 바람직한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앞으로의 노동문학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노동문학은 비정규직 문제 등 인간의 가치를 시장 가치에 의해 평가하고 조종하는 불온한 상업적 자본주의의 흐름에 대항해야 하는 무겁고 큰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 비정규직이 출몰한 것은 1980년대 중반입니다. 당시 임금노동자 중 비정규직의 비율이 40%를 넘어섰습니다. 1997년 IMF 경제위기 이후 심각한 실업문제와 고용불안이 발생했습니다. 4차 산업으로 이행되어 가고 있는 현재, 노동유연성 강화와 신규고용 억제에 따라 청년실업 확대 등 비정규직이 급속하게 확대됐습니다. 이것은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사이의 노노갈등으로 표출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문학은 언제나 낮은 곳에 임한 예수의 마음으로 임해야 할 것입니다. 더욱 구원의 문학이 되어야 합니다. 제 노동문학도 더욱 낮은 곳에 임하기를 원합니다. 더욱 낮은 노동을 구원하는 작품을 새겨가고 싶습니다.
-개관기념 특별전시회가 열릴 예정입니다. 노동문학 작품 몇 개만 소개해주세요!
모두 소중하고 귀하기에 다 좋아 합니다. 8월 15일부터 두 달간 진행되는 개관기념 특별 전시는 윤기정을 비롯한 송영, 이기영, 임화 등의 카프 문학 작품과, 이후 전태일, 백기완, 신경림, 박노해, 백무산, 김해화, 정세훈, 김신용, 김기홍, 서정홍, 안재성, 이인휘, 유용주, 임성용, 조기조, 맹문재 등 문인 20명의 노동문학작품 중 일부 문장과 시어를 김병주, 배인석 화가가 그림으로 표현한 작품들을 담을 예정입니다.
-노동문학관을 찾아주시는 민중예술인·노동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십니까?
지난 7월 25일 미리 가진 개관식에 참석해 노동문학관을 둘러 본 참석자들은 이구동성으로 “국가 또는 관에서 해야 할 일을 한 개인이 이뤘다는 것에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노동문학관을 통해 노동의 진정한 가치를 되새기고, 언제나 노동과 함께 가는 진정한 벗이 되길 바랍니다. 노동문학관은 방역 당국의 코로나 예방지침에 따라 거리 두기와 마스크 착용, 발열 체크 노트 기재, 손 소독, 전시장 사전 소독 등을 하고 있으니 유념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정세훈 시인
1955년 충남 홍성에서 출생, 소년공장노동자로 시작해 20여 년간 소규모 공장을 전전하며 노동자 생활을 하던 중 1989년 '노동해방문학’과 1990년 ‘창작과비평’에 작품을 발표하며 문단에 나왔다.
이후 소규모 공장에서 노동하며 틈틈이 포장지 파지 위에, 혹은 야근 후 단칸방에 엎드려 원고지에 꾹꾹 눌러 노동시를 새겼다. 진폐증 투병기에도 외로이 홀로 가슴에 시를 새겼으며, 재생된 몸으로 해고노동자 복직투쟁 현장과 광화문 촛불현장 등에서 노동자 민중과 연대하며 몸에 시를 새겼다. 시집 ‘손 하나로 아름다운 당신’, ‘맑은 하늘을 보면’, ‘저 별을 버리지 말아야지’, ‘끝내 술잔을 비우지 못하였습니다’, ‘그 옛날 별들이 생각났다’, ‘나는 죽어 저 하늘에 뿌려지지 말아라’, ‘부평4공단 여공’, ‘몸의 중심’ 등과 시화집 ‘우리가 이 세상 꽃이 되어도’, 동시집 ‘공단마을 아이들’ 산문집 ‘파지에 시를 쓰다’ 등 다수의 저서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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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참여와혁신(http://www.labor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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